INTERVIEW



고유한 질문을 지닌 깊이 있는 글자들,  
비대칭과 정방형 
싱글 폰트 이면체, 산유화, 타산 출시



김태룡

글자 디자이너




좌에서 우로 글자를 읽어나갈 때, 자연스레 생겨나는 비대칭. 언제나 반듯하게, 글자가 놓이는 자리인 정방형. 스튜디오 비대칭과 정방형은 글자의 본질을 이야기합니다. 단단한 기초 위에서 실험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찾는 과정의 일환으로 재미난 글자들을 디자인합니다. 겨울을 기다리는 11월, 폰코에서 선보이는 비대칭과 정방형의 이면체, 산유화, 타산은 각자의 고유한 질문을 지닌 깊이 있는 글자들입니다. 세 가지 글자가 지니고 있는 질문과 사유를 통과하며 아름다움의 테두리를 한 뼘쯤 확장시켜볼까요?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A. 안녕하세요! 글자 디자이너 김태룡입니다. 폰트, 레터링, 흥미로운 책, 포스터 등. 타이포그래피와 관련된 작업이라면 무엇이든 좋아합니다. 2019년부터 비대칭과 정방형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자를 내고 1인 스튜디오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폰트를 제작하는 틈틈이 전시에 참여하기도 하고 로고나 타이틀을 제작하기도 합니다.





@taeryong.kim




Q. 비대칭과 정방형이라는 스튜디오 이름이 특이합니다. 무언가 깊은 뜻을 감추고 있을 것만 같은데요. 이름에 담긴 의미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비대칭과 정방형, 엄청난 고민 끝에 탄생한 이름입니다. 글자를 만드는 스튜디오의 정체성을 간결하면서도 적확하게 담아내고 싶었죠. 그래서 글자를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비대칭 그리고 정방형이라는 두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먼저 비대칭은 부분을 뜻해요. 글자는 항상 좌에서 우로 진행되니까, 그려진 형태가 완벽한 대칭일 수는 없어요, 그래서 늘 비대칭의 속성을 지니고 있는 셈이고. 정방형은 부분, 글자가 놓이는 자리를 가리킵니다. 정리해 말하자면, 정방형의 자리에 놓이는 비대칭의 글자, 즉, 비대칭과 정방형이라는 이름은 글자 그 자체의 순수한 본질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말, 한글•한국어산업전 <종이에 쓰고 일상에 쓰고> 2022.





평화의 구체시, DMZ아트프로젝트 <100개의 바람> 2021.












Q. 태룡 님의 글자 사랑이 느껴지는 이름이네요! 그 글자 사랑이 각각의 폰트에는 어떻게 담겨 구현되고 있는지 궁금해지는데요. 가장 먼저, 이면체를 소개해주시겠어요?

A. 이면체는 제가 처음으로 만든 폰트예요. 1년 정도 작업해 2016년에 완성했죠. 저는 레고 조립하는 걸 좋아해서 처음 글자에 접근할 때에도 부위, 부위, 요소, 요소를 조합한다는 느낌으로 다가갔어요. 글자를 이루는 선 하나하나를 잇고 붙일 때마다 기존에 쓰지 않은 선을 시도해본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죠. 그 결과 두꺼운 세로 획과 얇은 가로획이, 직선의 줄기와 곡선의 맺음 표현이 만났습니다. 두꺼움과 얇음, 직선과 곡선처럼 대비되는 것들을 이어 붙여 하나의 형상으로 가다듬었죠. 이처럼 대비되는 것들의 이면에서 우리가 경험한 적 없는 아름다움이 탄생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이면체라는 이름을 붙여보았습니다.



Q. 이면체는 조형적으로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나요? 더불어 어떤 작업에 활용하면 좋을지 추천도 부탁드립니다.

A. 가로, 세로 획의 두께가 대비를 이루고 ㄱ, ㅅ, ㅈ, ㅊ의 기운줄기 곡선이 휘어져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아무래도 제목용 폰트이다 보니, 포스터나 배너에 활용되면 좋을 것 같아요!















이면체, 비대칭과 정방형, 2016.













Q. 다음으로는 산유화라는 폰트가 궁금합니다. 세로쓰기용 고딕이라는 점에서 매우 특이한 자리를 점하는 폰트인데요. 어떻게 이런 폰트를 기획하게 되셨나요?
A. 말씀하신 그대로, 왜 세로쓰기용 고딕체는 없는 거지? 하는 질문이 산유화를 만들게 된 동기였어요. 당시 세로쓰기용 폰트가 몇 개씩 출시되고 있었지만, 대부분 명조체로 제작되고 있었고 고딕체로 접근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거든요. 세로쓰기 자체가 대중적이라기보다 실험적인 주제였기 때문에 작업 과정에서 고생을 많이 하긴 했어요. 사례 없이 내 미감에만 의존해서 작업을 하다 보니 혼란스럽고 답답할 때도 많았죠. 하지만 완성하고 보니 뿌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시장의 흐름에서 벗어나 나만의 개성 있는 글자를 만들어냈다는 성취감이 들었거든요.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비대칭과 정방형만의 색깔을 만들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Q. 산유화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세로쓰기용 고딕체라는 낯섦 그 자체가 산유화가 지니는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사용하기에 까다로운 면이 있지만 사용해주시는 분들을 보면 적확한 곳에 아름답게 사용해주시더라고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산유화를 발견할 때 저도 뜻밖의 영감을 받곤 합니다. 많은 분들이 산유화 사용에 도전(?) 해주신다면 정말이지 기쁠 것 같습니다.















산유화, 비대칭과 정방형, 2021.













Q. 타산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아야 할 것 같아요. 앞의 두 폰트와 다르게 조합형*으로 개발된 폰트라고 들었는데요.
A. 타산은 세벌식 타자기의 한글을 보고 출발한 작업이었어요. 당시 강인구 디자이너가 함께 조합형 폰트를 제작해보자고 제안했고, 저는 툴에 익숙해질 기회이기도 하고, 조합형 폰트를 한 번쯤 만들어 볼 생각도 있었기 때문에 흔쾌히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조합형 폰트 : 완성형 폰트는 처럼 완성된 글자 하나하나를 모두 제작하는 반면 조합형 폰트는 초성, 중성, 종성만을 디자인한다. 우리가 타자기로 글을 쓰는 것처럼 디자인한 초, 중, 종성을 조합하여 글자를 완성하는 원리를 취한다.


Q. 조형적으로는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나요?
A. 타산은 타자기(아날로그)의 요소와 픽셀(디지털)의 요소를 섞어놓은 폰트입니다. 편지지나 엽서에 작게 조판하면 잉크 번짐이 있는 타자기의 느낌이 조금 더 부각되고요, 글자를 크게 쓰면 투박한 픽셀의 느낌이 드러납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요소를 모두 갖춘, 서로 다른 시대를 연결하고 추억하는 재미있는 폰트랍니다.














타산, 비대칭과 정방형, 2022.














Q. 소개해주신 세 가지 폰트, 이면체, 산유화, 타산이 이번 11월, 폰코에 싱글 폰트로 런칭하게 되었습니다. 세 폰트 모두를 아우르는 비대칭과 정방형 폰트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A. 사실 제가 만든 폰트를 저도 잘 안 쓰게 돼요. 쓰기가 어렵습니다. 굉장히 좁은 범위에서만 쓸 수 있는, 범용적으로 쓰이기에는 까다로운 폰트들이 맞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쉽게 쓸 수 없는 매력, 쉽게 보여주지 않는 매력, 사용자의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매력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Q. 그렇다면 폰코를 통해 비대칭과 정방형의 싱글 폰트 이면체, 산유화, 타산을 접하고, 쉽게 보여주지 않았던 매력들을 하나, 둘 발굴해줄 소비자 여러분께 한 말씀 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사랑합니다 여러분! 비대칭과 정방형의 폰트 많이 사랑해주세요!